2017년 7월 3일 월요일

'베이비 드라이버', 지루하진 않았으나 훌륭하지도 않았다

여름철이 오면 매년마다 항상 돌아오는 전형적인 "여름철 영화"에 지겨움을 느끼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명한 영화 시리즈와 헐리우드 유명 스타가 주연을 맡은 여름철 영화들도 미국서 계속 흥행 실패를 기록 중이다. 비슷비슷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대다수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미국이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바람에 미국인들이 볼 땐 재미가 없고 흥미가 끌리지 않는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형적인 "여름철 영화"가 지겨워졌기 때문일까? 다소 색다른 영화 한 편이 눈에 띄었다.

소니 픽쳐스의 범죄영화 '베이비 드라이버(Baby Driver)'가 바로 그것이다.

'베이비 드라이버'엔 앤슬 엘고트(Angel Elgort), 릴리 제임스(Lily James),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 제이미 폭스(Jamie Foxx), 존 햄(Jon Hamm), 아이자 곤잘레스(Eiza Gonzalez) 등이 출연한다. 앤슬 엘고트는 "베이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탁월한 운전 실력을 가진 드라이버 역을 맡았고, 릴리 제임스는 "베이비"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식당 종업원, 케빈 스페이시는 "베이비"에게 범죄자 도주를 돕는 운전을 맡기는 범죄조직 보스, 제이미 폭스, 존 햄, 아이자 곤잘레스 등은 은행 등을 터는 무장강도 역을 각각 맡았다.

연출과 스크린플레이는 '션 오브 더 데드(Shaun of the Dead)' 등 영국 코미디 영화를 연출한 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가 맡았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괴짜이지만 탁월한 운전 실력을 가진 "베이비"라 불리는 드라이버(앤슬 엘고트)가 무장강도들의 도주를 도와주는 드라이버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범죄조직의 드라이버로 일하던 "베이비"가 식당 종업원 데보라(릴리 제임스)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면서 범죄의 세계를 떠나려 하지만 실패하고 신뢰할 수 없는 무장강도들과 함께 위험한 마지막 한탕에 가담하게 된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뻔할뻔자였다. 범죄에 휘말린 젊은 커플에 대한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의 이야기가 전부였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쇼킹하거나 뜻밖의 반전 같은 것 없이 평범한 줄거리와 낯익은 클리셰로 채워진 영화였다. 거진 뮤지컬로 보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 음악을 통해 영화를 스타일리쉬하게 포장하려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줄거리부터 시작해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었다. 스타일리쉬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는 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나, 사실상 그게 전부였다.

"독창성"과 "스타일" 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었다.

일단, 라이언 거슬링(Ryan Gosling)의 2011년 영화 '드라이브(Drive)'와 자꾸 겹쳐졌다. "범죄자들의 도주를 돕는 게 직업인 탁월한 운전실력을 가진 드라이버"가 주인공이라는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부터 시작해서 "음악을 사용해 스타일리쉬하게 만든 점" 등 여러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베이비 드라이버'는 '드라이브'를 코미디 버전으로 패로디한 영화처럼 보였을 뿐 독창적이지도 않고 스타일리쉬해 보이지도 않았다. 나름 그럴 듯해 보이긴 했어도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메인 캐릭터, "베이비"도 개성이 부족했다. 제작진은 "베이비"를 나름 유별난 괴짜로 묘사하려 했으나, 이 또한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어디서 이미 여러 번 본 듯한 괴짜 캐릭터였을 뿐 특별히 개성이 풍부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운전" 파트가 '드라이브'의 패로디처럼 보였다면, 메인 캐릭터 "베이비"는 쟈니 뎁(Johnny Depp)의 90년대 초 영화 캐릭터를 패로디한 것처럼 보였다.

쟈니 뎁 주연의 1990년 로맨틱-코미디-뮤지컬 영화 '크라이 베이비(Cry Baby)'와 라이언 거슬링 주연의 2011년 영화 '드라이브'를 섞어놓으면 '베이비 드라이버'가 나온다.

유머는 풍부했다. 몇몇 코믹한 씬과 대사는 맘에 들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범죄영화보다 로맨틱-코미디-뮤지컬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액션 씬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자동차 스턴트는 풍부했으나, 유니버설의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 Furious)' 시리즈로 이미 단련된 상태라서 특별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를 마지막까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는 됐으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렇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지루하진 않은 영화였다. 썩 맘에 들진 않았어도 그럭저럭 볼 만했다. 아주 못봐줄 정도의 영화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아주 맘에 드는 훌륭한 영화도 아니었다.

비슷비슷한 여름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지겨운 사람들에겐 '베이비 드라이버'가 분위기 전환용으로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특수효과로 도배질한 게 전부인 전형적인 여름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분명히 차이가 나는 영화인 건 맞지만, '베이비 드라이버'도 눈에 띄게 신선하고 독창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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