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3일 월요일

'존 윅 2', 줄거리가 방해됐으나 여전히 볼 만한 아케이드 스타일 슈터

2014년 케아누 리브스(Keanu Reeves) 주연의 액션 영화 '존 윅(John Wick)'이 개봉했을 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액션 영화 중 하나로 보였지,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고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대 이상으로 맘에 들었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했으나 논스톱으로 펼쳐지는 스타일리쉬한 액션 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2017년 존 윅이 속편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존 윅: 챕터 2(John Wick: Chapter 2)'.

'존 윅: 챕터 2'엔 케아누 리브스, 브리짓 모이내핸(Bridget Moynahan), 랜스 레딕(Lance Reddick),이언 맥셰인(Ian McShane), 존 레귀자모(John Leguizamo) 등 돌아온 1탄 출연진과 함께 리카도 스카마치오(Ricardo Scarmacio), 루비 로스(Ruby Rose), 클라우디아 제리니(Claudia Gerini), 커먼(Common), 로렌스 피시번(Laurence Fishburne) 등이 출연했다. 1탄에서 돌아온 출연진은 1탄에서와 같은 역할을 맡았고, 리카도 스카마치오는 이탈리안 갱스터 산토니오, 루비 로스는 산토니오의 벙어리 킬러 아레스, 클라우디아 제리니는 산토니오와 남매 사이인 지아나, 커먼은 지아나의 경호원 카시안, 로렌스 피시번은 범죄조직 우두머리 바워리 킹 역으로 각각 출연했다.

연출은 채드 스타헬스키(Chad Stahelski), 스크린플레이는 데릭 콜스태드(Derek Kolstad), 음악은 타일러 베이츠(Tyler Bates)와 조엘 리처드(Joel J. Richard)가 각각 맡았다. 이들은 모두 1탄 제작에도 참여했었다.

'존 윅: 챕터 2'는 어쌔신 생활에서 은퇴하고 뉴 저지에서 비교적(?) 조용한 삶을 살던 존 윅(케아누 리브스)을 이탈리안 갱스터 산토니오(리카도 스카마치오)가 강제로 어쌔신으로 복귀하도록 만든 다음 산토니오와 남매 사이인 지아나(클라우디아 제리니)를 제거할 것을 주문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존 윅 ' 시리즈는 아케이드 스타일 액션 슈터다. "아케이드 스타일 액션 슈터"라고 하니까 영화가 아니라 비디오게임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도 "아케이드 스타일 액션 슈터"라고 한 이유는 '존 윅' 시리즈가 아케이드용 비디오게임에 가까운 영화 시리즈라고 보기 때문이다. '존 윅' 시리즈는 오락실에서 주로 하던 "Shoot'em Up", "Beat'em Up" 스타일의 아케이드 액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논스톱 액션 영화다. 플롯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쏘고 때려부수는 재미로 열심히 버튼을 누르면서 "스테이지 1"을 클리어한 다음 "스테이지 2"로 이동하는 아케이드용 액션 게임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존 윅' 1탄이 바로 이러한 아케이드 스타일 액션-슈터 게임과 같은 영화였다.

2탄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나 2탄에선 전작보다 줄거리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1탄처럼 플롯을 가능한한 단순하게 만들지 않고 이번엔 "배신"과 "복수" 등이 얽힌 범죄집단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려 했다. 그래도 여전히 플롯이 차지한 비중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장소를 바꿔가면서 벌어지는 논스톱 액션에만 중점을 뒀던 지난 1탄에 비해 플롯의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 비디오게임과 비교하자면, '존 윅' 1탄은 '더블 드래곤(Double Dragon)', '파이널 파이트(Final Fight)'처럼 단순히 치고 때려부수는 재미의 아케이드 스타일 액션 게임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존 윅: 챕터 2'는 '메탈 기어 솔리드(Metal Gear Solid)', '레지던트 이블/바이오 하자드(Resident Evil/Bio Hazard)'처럼 줄거리 전개의 비중이 큰 PC 또는 가정용 콘솔용 액션 게임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주려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건 그다지 현명한 아이디어가 아닌 듯 했다. 제작진이 '존 윅 2'에서 줄거리의 비중을 늘린 게 오히려 영화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됐다. 줄거리의 비중을 늘리면서 보다 영화다워진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존 윅' 시리즈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존 윅' 시리즈는 플롯을 가능한한 단순하게 설정한 다음 장소를 바꿔가면서 스타일리쉬한 논스톱 액션이 이어지다 마지막 "최종보스"를 쓰러뜨리면서 끝나는 "아케이드 스타일 액션 슈터" 스타일이 최대 매력 포인트였는데, '존 윅: 챕터 2'에서는 무언가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면서 '존 윅'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잃었다. 전작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려진 것 같았다.

물론, 영화든 비디오게임이든 간에 "훌륭한 줄거리"가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아무리 줄거리를 중요시 여긴다고 해도, 아케이드에서 심심풀이로 즐기는 게임을 하면서까지 줄거리 타령을 하는 게이머들은 없다. 줄거리의 비중이 큰 줄거리 전개형 액션 게임이나 RPG의 경우엔 줄거리의 내용과 짜임새 등을 따질 수 있어도, 오락실에서 하는 아케이드 스타일 "Shoot'em Up", "Beat'em Up" 게임을 하면서 줄거리를 따지는 게이머들은 없다는 얘기다.

'존 윅' 시리즈도 "예외"에 해당한다. '존 윅' 시리즈는 숨돌릴 틈 없이 논스톱으로 벌어지는 익사이팅하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즐기는 맛으로 보는 영화다. 허무할 정도로 단순한 플롯은 '존 윅' 시리즈의 약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허무한 플롯에서 오는 썰렁한 유머 또한 '존 윅' 시리즈의 대표적인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존 윅' 1탄의 줄거리는 "자동차와 강아지 때문에 난리를 피운다"는 게 전부였으나, 그래서 더욱 코믹했다. 왠지 항상 썰렁해 보이는 케아누 리브스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만약 제작진이 '존 윅: 챕터 2'에서도 썰렁할 정도로 단순한 플롯을 선택했더라면 영화가 더욱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제작진은 '존 윅' 시리즈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신경을 기울인 듯 했다.

'존 윅' 시리즈 스타일의 액션 영화를 제작하면서 어쌔신과 범죄조직의 세계를 창조하려 하면 이미 골백번은 본 듯한 비슷비슷한 것밖에 나올 게 없다는 한계가 있다. 특별히 새로운 걸 기대하기 어려운 세팅이다. 그래서 '존 윅' 제작진이 남들이 흔히 다 빠지는 함정에 똑같이 빠지지 않는 방법을 현명하게 찾길 기대했다. 그러나 '존 윅' 제작진도 이번 2탄에서 똑같은 함정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존 윅: 챕터 2'까지는 그래도 여전히 볼 만했다고 해도, 제작진이 계속해서 줄거리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존 윅' 시리즈를 끌고 간다면 머지 않아 "한심한 플롯 때문에 망가진 영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번 2탄까지는 줄거리가 다소 방해가 됐어도 여전히 볼 만한 아케이드 스타일 슈터였으나, '존 윅'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해서 이쪽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추락할 위험이 더 커 보인다.

그래도 화끈한 액션 씬은 볼 만했다.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James Bond)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액션 씬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스모 선수를 연상시키는 아시안 캐릭터와의 격투 씬과 벽을 거울로 장식한 곳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에서 1974년 제임스 본드 영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을 연상시켰다. 본드팬이라면 007 시리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악당 은신처"가 나온 걸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여러모로 '존 윅: 챕터 2'는 제법 볼 만한 액션 영화였다. 지난 1탄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고, 플롯의 비중을 늘린 제작 방향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2시간 동안을 지루한 줄 모르고 보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값어치를 했다고 본다.

요근래 들어 보기 힘들어진 폭력 수위 높은 R 레이팅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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