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6일 월요일

[NFL16:PODIV] 달라스 카우보이스, 디비져널 라운드서 또 좌절

"Oops, they did it again!"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한계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플레이오프 2 라운드였다. 카우보이스가 달라스 홈에서 벌어진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와의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또 패했다. 2014년 시즌 플레이오프 디비져널 라운드에서 그린 베이 패커스에 막혀 보따리를 쌌던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2016년 시즌 역시 디비져널 라운드에서 패커스에게 또 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플레이오프 불운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1세기의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첫 경기에서 패하는 불운이 반복됐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1 라운드에서 막혔고, 좋은 시즌 성적 덕에 1 라운드를 건너뛰고 2 라운드로 직행해도 패했다. 1 라운드든 2 라운드든 간에, 첫 번째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항상 패하는 불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덕분에 카우보이스는 "플레이오프 승리와 인연이 없는 팀"으로 불렸다.

카우보이스는 2009년 시즌 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13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승리를 맛봤다. 플레이오프 무승 행진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2009년 시즌도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카우보이스는 플레이오프 2 라운드에서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에게 패하면서 시즌을 접었다.

카우보이스는 2014년 시즌 플레이오프 1 라운드에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를 격파하며 "플레이오프 1 라운드에서 주저앉는 버릇"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4년 시즌에도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카우보이스는 플레이오프 2 라운드에서 그린 베이 패커스에게 패하며 시즌을 접었다.

카우보이스는 2016년 시즌에도 또 플레이오프 2 라운드에서 그린 베이 패커스에게 패하면서 "첫 번째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패하는 습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으며, 여전히 "플레이오프 2 라운드까지가 한계"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13승3패로 2016년 정규시즌을 마감한 카우보이스는 NFC 플레이오프 시드 1을 확보하면서 플레이오프 1 라운드를 건너뛰어 2 라운드로 직행하면서 1주일간의 휴식과 홈 필드 어드밴티지라는 이점을 챙겼으나, 결과는 "또다른 플레이오프 패배"였다. 플레이오프 1 라운드 바이(BYE)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었으나, 카우보이스에겐 독이었다.

카우보이스가 13승3패로 시드 1을 확보하면서 플레이오프 2 라운드로 직행했으나 거기까지가 전부였던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시즌에도 카우보이스는 13승3패로 정규시즌을 마감하고 시드 1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2 라운드로 직행했으나, 2 라운드에서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에게 패한 바 있다.

그렇다. 한마디로 "HERE WE GO AGAIN"이다.


달라스 루키 쿼터백 댁 프레스콧(Dak Prescott), 루키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는 그린 베이 패커스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나름 좋은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 초반의 부진한 스타트를 극복하지 못했다.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라는 NFL MVP급 베테랑 쿼터백이 버티고 있는 그린 베이 패커스를 카우보이스가 이기려면 로저스의 공격 기회를 가능한한 짧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멋지게 성공시키는 능력이 있는 노련한 로저스와 점수내기 대결을 하면 카우보이스가 불리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막강한 런 공격을 앞세워 경기 시간을 많이 소비하면서 로저스와 패커스 오펜스를 사이드라인에 오래 묶어놔야 승산이 있었다. 그래야만 불안한 카우보이스 디펜스에 쏠리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화끈한 빅 플레이 위주의 오펜스를 선호하는 풋볼팬들은 과히 내키지 않아 해도, 2016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스 스타일은 "공격권을 넘겨받으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득점하기"였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패커스전에서 이것을 하지 못했다. 오펜스는 공격을 좀처럼 진행시키지 못했고, 디펜스는 계속해서 실점만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점수차가 18점으로 벌어졌다.

경기가 재밌어진 건 4쿼터부터였다.

카우보이스는 마지막 4쿼터에 두 차례나 동점을 만들면서 따라붙었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카우보이스는 28대28로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패커스는 필드골을 차며 또 도망갔으나 카우보이스는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겨두고 31대31로 다시 한 번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론 이길 수 없었다.

왜냐, 패커스엔 애런 로저스라는 NFL MVP급 베테랑 쿼터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저스에겐 시간이 얼마나 남았든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지 결정적인 "한방"으로 상대방을 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애런 로저스는 결정적인 순간 극적인 장거리 패스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로저스는 이번에도 결정적인 순간 극적인 장거리 패스를 성공시켰다. 헤일 매리(Hail Mary) 패스까진 아니어도 그 수준에 버금가는 극적인 장거리 패스를 또 성공시켰다.

그렇다. 시즌 내내 불안했던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마지막 10여초를 버티지 못하고 애런 로저스에게 헤일 매리 수준의 패스를 허용했다.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겨두고 로저스에게 공격 기회를 준 게 화근이었다.

마지막 드라이브에서 카우보이스는 필드골 존까지 진입하는 게 급선무였으므로, 스파이크로 경기 시계를 멈추고 숨돌릴 여유를 가지려 했다. 크게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그 덕분에 동점 필드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임아웃이 2개씩이나 남아있는 로저스에게 30여초의 반격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동점을 만드는 데 올인한 나머지 로저스의 반격 기회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런 로저스의 실력을 잘 알면서도 30여초 + 타임아웃 2개의 기회를 로저스에게 내줬다는 건 실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종료까지 30여초 남은 상황에 동점이 됐다면 대부분 오버타임을 기대했겠지만, 애런 로저스, 톰 브래디(Tom Brady) 등 NFL 엘리트 쿼터백들에겐 30여초는 충분히 추가 득점이 가능한 시간이다. 여기에 타임아웃 2개까지 보태면 영원이나 다름없다. NFL 엘리트 쿼터백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레드존까지 쉽게 밀고 올라온다. 카우보이스는 몇 해 전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와의 경기에서 톰 브래디에게 그런 식으로 패한 전력도 있다.

따라서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겨두고 애런 로저스가 타임아웃 2개를 주머니에 넣고 마지막 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풋볼팬들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을 것이다.


애런 로저스의 마지막 "한방"으로 필드골 존에 진입한 그린 베이 패커스는 경기 종료와 함께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파이널 스코어는 패커스 34, 카우보이스 31.

루키 쿼터백과 베테랑 쿼터백의 대결은 역시 베테랑 쿼터백, 애런 로저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정규시즌에선 프레스콧의 승리였으나 중요한 플레이오프에선 로저스의 승리였다. 결정적인 순간 믿음직스러운 건 역시 베테랑 쿼터백, 애런 로저스였다.

카우보이스를 잡은 패커스는 다음 주 애틀란타로 이동해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를 잡은 애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와 NFC 챔피언쉽 경기를 갖는다.

한편, AFC 챔피언쉽은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를 간단하게 요리한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터치다운 없이 필드골 6개로 캔사스 시티 칩스(Kansas City Chiefs)를 잡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의 대결로 결정났다. 스틸러스는 다음 주 보스턴으로 이동해 패트리어츠와 AFC 챔피언쉽 경기를 갖는다.

댓글 2개 :

  1. 아~...
    너무합니다. 달라스의 팬으로서 올해는 다를거라 그렇게 생각했건만..
    역시 플레이오프 1 라운드 바이(BYE)가 독이 됬습니다. 에리엇의 기록까지도 양보하면서 준비했는데..
    전반에 왜 그렇게 패싱수비를 못하는지, 아니면 로저스가 너무 잘하는건지, 공격도 안돼, 수비도 안돼, 이런팀이 13승을 했다는게 믿을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뭐 보면 항상 명승부뒤엔 달라스가 있고 그리고 항상 몸바쳐주고.. 답답합니다~

    내년에는 될거라 또 믿으며 제발 좀 패싱수비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시죠.
    코너백이 좋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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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생각엔 코너도 중요하지만 역시 패스 러시 보강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디펜시브 백에도 물음표가 붙는 건 사실이지만 패스 러시가 강해지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애런 로저스 같은 베테랑 쿼터백은 강한 압박 없이 방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패스 러시로 강한 압박을 가해야지 그냥 놔두고 DB가 다 커버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죠.
      드마커스 웨어를 대신할 패스 러셔를 마련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카우보이스는 90년대 램스나 2000년대 콜츠처럼 막강 공격 + 평균 수비 팀이 아니죠.
      패커스와 팰컨스가 거기에 해당될 순 있어도 카우보이스는 아니라고 봅니다.
      카우보이스는 막강한 패싱 어택으로 빠르게 고득점이 가능한 스타일의 오펜스가 아니죠.
      그런데 공격이 정체된 마당에 수비까지 뚫리면 아무 것도 안 되죠.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팀들이 카우보이스를 가장 만만하게 봤습니다.
      13승이나 했고 시드 1을 차지했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다들 봤습니다.
      아마도 팰컨스는 속으로 카우보이스를 응원했을 겁니다.
      댁 프레스콧보다 애런 로저스가 훨씬 어려운 상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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