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2일 일요일

정체불명의 영화 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앞으로 어디로 가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개봉했을 때 상당수의 영화팬들은 "제임스 본드가 제이슨 본(Jason Bourne)'을 따라한다"고 지적했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절과 톤이 달라진 점을 제이슨 본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본드팬들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소설로 되돌아가면서 007 시리즈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덮어놓고 제이슨 본 모방으로 모는 건 올바르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주연배우가 교체될 때마다 영화의 톤이 바뀌어왔으므로 '카지노 로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개봉한 크레이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전편보다 더욱 제이슨 본 시리즈와 비슷해지면서 "007 제작진이 제이슨 본 시리즈를 베낀다"는 비판을 반박했던 본드팬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카지노 로얄'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탄생시킨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을 기초로 한 만큼 "덮어놓고 제이슨 본 시리즈를 따라한 게 아니라 원작소설에 충실하게 영화로 옮긴 것"이라는 주장을 펼 수 있었으나, 제목만 플레밍의 숏 스토리에서 따왔을 뿐 완전히 새로운 플롯인 '콴텀 오브 솔래스'는 '카지노 로얄'처럼 '엄호'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많은 미국 영화 평론가들은 '콴텀 오브 솔래스'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영화감독/프로듀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와 조지 루카스(George Lucas)도 "제이슨 본이 제임스 본드를 바꿔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일부 본드팬들은 "실제로는 제이슨 본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더 많이 모방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본드가 없었다면 본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본드팬들끼리는 '콴텀 오브 솔래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비판은 블로킹을 했다.

그러다 완전히 뚜껑이 열린 것은 2012년 개봉한 크레이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폴(Skyfall)' 때문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한다"는 비판을 반박하는 데 바쁜 상태였는데 '스카이폴'에선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시리즈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대놓고 모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007 시리즈가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모방한다"는 비판까지 엄호해야 한다는 얘기?

FUCK NO! I'M DONE WITH THAT SHIT!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제이슨 본 시리즈, '다크 나이트' 시리즈 포함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와의 비교, 닮은점 찾기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여러 블로그와 웹사이트에서 했던 것이므로 새삼스럽게 다시 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말이 나온 김에 몇 가지만 샘플로 훑어보기로 하자.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의 헤어스타일도 비슷해졌다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는 모터싸이클을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

▲건물 옥상에서 폼잡는 건 배트맨과 겹친다

▲잡혔다 탈출하는 악당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와 겹친다
여기까지만 둘러봐도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007 시리즈만의 개성과 특징을 잃고 남의 영화 베끼기를 눈에 띄게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기초로 삼았던 '카지노 로얄'은 크게 문제삼을 게 없어도 그 이후에 나온 두 편의 영화는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모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제이슨 본 시리즈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많이 모방한 것은 사실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007 시리즈의 흔적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 또한 마찬가지다. 공개적으로 본드팬임을 밝힌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 연출했기 때문인지 곳곳에서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씬들이 눈에 띈다.

▲'다크 나이트'의 보트 씬에 등장한 비키니 걸들은 본드걸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들이 오랜 역사를 지닌 007 시리즈를 모방하는 것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007 시리즈를 모방한 영화들이 60년대부터 쏟아져나왔기 때문에 조금씩 007 시리즈를 모방하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역사 깊은 007 시리즈가 '원조'이므로 007 포뮬라를 모방한 영화가 나오는 건 크게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다른 헐리우드 영화를 베끼면 바로 눈에 띈다. 007 시리즈가 5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시리즈라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007 시리즈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약간 벗어나거나 다른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을 받으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원조' 시리즈가 "유행을 따른다"는 핑계 하에 다른 헐리우드 영화를 모방한다는 조롱도 받는다. '원조'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것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007 시리즈만의 개성과 특징을 내던지고 흥행성공작의 스타일을 쫓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따라 어둡고 무거운 톤의 액션 영화로 방향을 틀자 가볍고 스타일리쉬한 스파이 액션 영화들이 007 시리즈의 공백을 메꾸기 시작했다.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시리즈, 20세기 폭스의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Kingsman: Secret Service)', 워너 브러더스의 '나폴레옹 솔로(Man from U.N.C.L.E)'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제임스  본드가 투명 자동차를 몰고다닐 땐 격렬하고 사실적인 제이슨 본이 등장하더니 007 시리즈가 제이슨 본과 배트맨을 따라하면서 격렬하고 사실적인 쪽으로 이동하자 온갖 가젯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틈새를 노리고 등장했다.

유머와 가젯, 스타일리쉬한 액션으로 무장한 틴에이저 스파이-액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영화감독 매튜 본(Matthew Vaughn)에 의해 속편이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60년대 클래식 TV 시리즈를 기초로 한 워너 브러더스의 스파이-액션-코미디 '나폴레옹 솔로'는 아직 개봉하지 않았으므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시리즈화될 가능성이 높다. '나폴레옹 솔로'의 메인 캐릭터 나폴레옹 솔로는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이언 플레밍이 TV 시리즈용으로 창조한 또다른 캐릭터로 유명하다. 곧 개봉할 '나폴레옹 솔로' 영화에서 솔로 역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되었던 영국 영화배우 헨리 카빌(Henry Cavill)이 맡았다.

일부 본드팬들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제이슨 본 시리즈처럼 보이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보인다"고도 한다. 얼마 전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Mission Impossible: Rogue Nation)'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에도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보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트레일러가 더욱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 한 명을 중심으로 한 영화인 반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IMF 팀을 중심으로 한 영화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IMF 팀 멤버 중에서 이든 헌트(톰 크루즈)가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뙤는 건 사실이다. 또한, 지난 소니 픽쳐스 해킹 사태로 유출된 '007 스펙터' 스크립트를 훑어보니 Q, 머니페니 등의 출연량이 늘면서 '미션 임파서블' 스타일의 팀을 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처럼 완전한 팀까지는 아닌 듯 했지만 007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간의 차이도 갈수록 좁아지는 듯 하다.

그 사이 유니버설은 맷 데이먼(Matt Damon)이 돌아온 새로운 제이슨 본 영화를 발표했다. 연출은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가 맡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엑스 마키나(Ex Machina)'에 출연했던 스웨덴 여배우 앨리씨아 비캔더(Alicia Vikander)도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해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가벼운 톤의 스파이 액션 영화와 무거운 톤의 스파이 액션 영화 사이에 끼게 됐다. 가벼운 톤으로 가면 '미션 임파서블', '킹스맨' 또는 '스파이(Spy)' 등과 마주치고, 무거운 톤으로 가면 제이슨 본 시리즈, DC 코믹스의 수퍼히어로 시리즈 등이 버티고 있다.

문제는 이 중에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더이상 두드러지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007 시리즈만의 개성과 특징이 옅어지고 다른 경쟁작들과 비슷비슷한 닮은꼴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엔 "007 시리즈"가 '원조' 였고, 그렇게 불릴 만한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그러나 요새는 더이상 '원조'가 아니라 남의 것을 베끼는 '아류' 신세가 됐다. 비슷한 스파이 스릴러 영화 뿐만 아니라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와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007 시리즈만의 특징이 많이 사라졌다. "유행을 따른 것",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둘러대며 모방하기에만 열심이다 보니 'DISTINGUISHABLE TRAITS'가 사라지고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Bond, James Bond", "Martini, shaken not stirred" 등 유명한 대사 몇 줄을 빼면 007 시리즈가 아닌 완전히 다른 액션 영화처럼 보일 정도로 007 시리즈만의 개성과 특징을 잃었다. "007 시리즈는 이런 영화다"라는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고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영향을 크게 받은 평범한 액션 영화로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 주인공 이름만 "제임스 본드"인 것이 전부인 영화가 된 것이다. 007 제작진이 지난 '스카이폴'에 이어 이번 '스펙터'에서도 클래식 007 시리즈 오마쥬로 떡칠한 이유도 007 시리즈다운 정체성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문제점을 의식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형적인 007 시리즈 포뮬라에서 벗어났던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에선 Q(데스몬드 류웰린)가 등장하면서 007 시리즈와 멀어졌던 간격을 좁혀주는 역할을 맡았었는데, '스카이폴'과 '스펙터'에선 클래식 007 시리즈 오마쥬 씬이 이와 비슷한 임무를 띤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앞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나중엔 어느 게 007 시리즈인지 알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골수 본드팬이 아닌 일반 영화관객들은 007 시리즈에 특별한 애착을 느끼지 않으므로 굳이 식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팝콘무비로써 그저 재밌기만 하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본드팬들은 007 시리즈가 스파이 액션 영화의 '원조'로써 007 시리즈만의 전통과 특징을 계승하며 오랫동안 계속되길 원한다. 루저들처럼 이 영화 저 영화 베끼지 않고 007 시리즈의 전통과 특징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임스 본드 영화다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계속 제작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007 시리즈는 이도저도 아닌 개성 없는 정체불명의 액션 영화가 돼가고 있다. 007 시리즈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것은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지만, 이젠 무엇을 보고 "이게 바로 007 시리즈다", "007 시리즈는 이래야 한다"고 할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해질 정도로 변했다. 크고 작은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지만 "제임스 본드 영화가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가 됐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성형수술을 한 것처럼 됐다.

과연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007 시리즈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부는 007 시리즈 정체성 회복을 "무작정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 "터무니 없는 가젯이 난무하던 시절도 돌아가자는 것" 정도로 단순하게 이해하는데, 그것 또한 아니다. 지금 현재의 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제임스 본드 영화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소해 보이는 몇 가지를 손질하고 플롯에 조금만 신경을 써주기만 해도 바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 싶다. 진지한 제임스 본드 + 사실적인 플롯 + 전형적인 007 포뮬라로 구성된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를 모델로 삼았더라면 정체성 논란이 지금처럼 심각해지지 않았겠지만, 007 제작진이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대신 모델로 삼는 바람에 007 시리즈와의 벌어진 간격을 이제와서 좁힌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곧 개봉할 '007 스펙터'는 클래식 007 시리즈와 벌어진 간격을 좁히는 데 보다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선 건배럴 씬이 영화의 맨 처음이 아닌 다른 곳에 배치되었으나 이번 '007 스펙터'에선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들려도 이것 하나만으로도 보다 007 시리즈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대다수의 본드팬들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건배럴 씬의 위치를 바꾼 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고 지적해왔는데, 크레이그의 네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에 와서야 007 제작진이 본드팬들의 의견에 동의한 듯 하다. 어찌됐든 이런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007 스펙터'에선 이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도 제임스 본드 과거사와 관련된 플롯이라서 전형적인 007 시리즈 플롯과 거리가 있다.  007 제작진은 '007 스펙터'에서도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줄거리도 전편과 이어진다. 건배럴 씬 등 몇 가지는 '양보'한 듯 하지만 '본드가 M으로부터 하달받은 미션을 수행한다'는 전형적인 007 시리즈 플롯은 이번 '007 스펙터'에서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있지도 않은 본드의 내면을 조명한다면서 플롯을 지나치게 개인사, 과거사 위주로 짜는 버릇이 계속 이어지는 듯 하다. 이 바람에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는 '내면 본드', '과거사 본드', '드라마 본드'가 됐다. 007 제작진이 여기에서 벗어나야 할 듯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로 머무르는 동안엔 계속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계획인 듯 하다.

전세계의 많은 본드팬들은 오래 전부터 "이제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본궤도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냐"는 생각을 꾸준히 내비쳐왔다. 본드팬들은 '콴텀 오브 솔래스'를 본 이후 "다음 번 영화부턴 보다 전통적인 스타일로 돌아가지 않겠냐"는 희망을 비쳤다. '스카이폴'을 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됐든 '스카이폴'로 트릴로지가 완성된 듯 하니 다음 번 영화부턴 보다 전통적인 007 시리즈 쪽으로 이동하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007 스펙터' 관련 정보를 훑어보면 이번에도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렇다 보니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를 맡는 동안엔 007 시리즈가 계속 'OUT-OF-BOUND'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세계와 줄거리가 계속 이어지는 미니시리즈 스타일의 속편 시리즈가 되었으므로 변화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다.

일부 본드팬들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지난 90년대 피어스 브로스난 시대와 비교하기도 한다. 첫 번째 영화만 훌륭하고 나머지 영화엔 문제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피어브 브로스난 시대가 형편없는 스크립트로 얼룩졌다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는 007 시리즈의 퀄리티를 끌어올린다면서 007 시리즈와 지나치게 멀어지며 궤도를 크게 이탈한 것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요즘엔 스파이 쟝르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어서 영화로 제작될 계획이거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스파이 스릴러, 테크노 스릴러 소설도 많은 편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경쟁할 비슷한 쟝르의 영화들이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제 2의 제이슨 본 영화가 될 만한 후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역사 속에 완전히 묻어버릴 영화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007 시리즈의 개성과 특징이 상당히 약해진 바람에 비슷한 쟝르의 다른 영화들과 뚜렷한 차이가 나지 않아가고 있으므로 평범해진 007 시리즈를 이젠 누구나 어렵지 않게 때려눕힐 수도 있다. 아직은 오랜 전통의 007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의 세계적인 명성에 의존할 수 있지만, 007 시리즈가 갈수록 뚜렷한 특징이 없는 평범한 액션 스릴러 영화 중 하나가 되어간다면 과거 007 시리즈의 멋과 개성을 제대로 살려낸 새로운 경쟁작에게 밀려날 수도 있다. 007 시리즈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스파이 액션 쟝르 원조'라는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영향에 007 시리즈가 이미 뒤죽박죽이 되었으므로 이미 타이틀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007 시리즈가 정체성을 회복하고 본 궤도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KILL BOND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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