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0일 금요일

세 편의 뱅가지 사태 영화 중 어느 영화가 가장 흥미로울까?

최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 '힐러리 클린턴 관련 스캔들' 중엔 2012년 9월11일 리비아 뱅가지에서 리비아 대사를 비롯한 미국인 4명이 사망한 '뱅가지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미 의회는 현재 뱅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국무장관 재직 당시 벌어졌던 뱅가지 사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화당 측은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사건 축소 등 여러 가지 책임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일명 '이메일게이트'로 불리는 가장 최근 불거진 힐러리 클린턴의 또다른 스캔들, '이메일 서버 스캔들'도 뱅가지 사태와 무관치 않다.

뱅가지 사태는 당시 미국 UN 대사였던 수전 라이스(Susan Rice)를 비롯한 오바마 행정부가 뱅가지 공격사건을 테러리스트의 계획된 공격이 아니라 유투브에 올라온 이슬람 모욕 동영상을 보고 분노한 시위대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오도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1년내내 선거 모드"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 오바마가 2012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뱅가지 사태가 터지자 대충 덮으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 사살 성공으로 의기양양해진 오바마 측은 빈 라덴의 사망으로 중동 테러리즘 문제를 거진 다 해결한 것처럼 선전하려 했는데 뜻하지 않았던 뱅가지 사태가 터지자 되도록이면 테러공격이 아닌 단순 사건으로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미 정부는 뱅가지 사태가 시위대의 우발적인 공격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무장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었던 것으로 바로 잡았다.

또한, 미국 국무부가 크리스토퍼 스티븐스(Christopher Stevens) 대사 등을 구출하기 위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는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일각에선 미 정부가 현장에서 테러리스트와 교전 중인 시큐리티 팀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했으며, 우왕좌왕하면서 구출작전을 더디게 만드는 바람에 피해를 더욱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뱅가지 사태에 헐리우드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헐리우드가 잇따라 뱅가지 사태 관련 영화를 발표하고 있다.

첫 번째 영화는 '13 아워(13 Hours)'다. '13 아워'는 뱅가지 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큐리티 팀 멤버들이 쓴 회고록  '13 아워(13 Hours: The Inside Account of What Really Happened In Benghazi)'를 기초로 한 영화다.

미국의 보수 성향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 뉴스는 '13 아워'가 출간되기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폭스 뉴스는 책의 출간에 앞서 '13 아워'의 공동 저자 마크 가이스트(Mark Geist), 크리스 패론토(Kris Paronto), 존 티겐(Johen Tiegen)이 출연해 당시를 회고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했다.

시큐리티 팀 멤버들의 회고록 '13 아워'가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끌자 얼마 지나지 않아 파라마운트가 영화화를 발표하고 마이클 베이(Michael Bay)가 연출을 맡는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마크 가이스트, 크리스 패론토, 존 티겐 (뒤에 서있는 건 폭스 뉴스의 브렛 베이어)

일부 헐리우드 전문 미디어들은 파라마운트의 '13 아워'를 '폴리티컬 드라마'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회고록 '13 아워'부터가 정치색이 짙은 논픽션 책이 아니므로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을 곤란하게 만들 만한 영화가 될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

그런데 마이클 베이?

마이클 베이가 연출을 맡는다면 영화 버전 '13 아워'는 시큐리티 팀과 테러리스트의 교전에 포커스를 맞춘 액션영화가 될 모양이다.

영화 버전 '13 아워'엔 존 크래신스키(John Krasinski), 제임스 배지 데일(James Badge Dale), 파블로 슈라이버(Pablo Schreiber), 맥스 마티니(Max Martini), 데이빗 덴맨(David Denman), 도미닉 퍼무사(Dominic Fumusa) 등이 출연하며, 4월부터 말타와 모로코에서 촬영에 들어간다.

현재까지 공개된 출연진을 훑어보면 제임스 배지 데일, 맥스 마티니 등 밀리터리 영화에 자주 출연한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띄지만, '빅 네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존 크래신스키는 어느 정도 알려진 배우이긴 하지만 전직 네이비 실 역에 잘 어울릴지 두고볼 문제이기도 하다. 꽃미남 배우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가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에서 네이비 실 스나이퍼 역을 나름 효과적으로 연기한 바 있으므로 크래신스키도 두고 볼 문제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출연진 리스트는 과히 인상적인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저예산으로 만든 평범한 액션영화에 그치기에 딱 알맞아 보인다.

헐리우드가 계획 중인 두 번째 뱅가지 사태 영화는 릴레이티비티 미디어(Relativity Media)의 프로젝트다. 릴레이티비티 미디어도 뱅가지 사태를 다룬 영화를 제작할 계획으로 밝혀졌다.

아직 제목이 공개되지 않은 릴레이티비티 미디어의 뱅가지 사태 영화는 테러 당일 전사한 전직 네이비 실 출신 시큐리티 팀 멤버 타이론 우즈(Tyrone Woods)와 글렌 도허티(Glen Doherty)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알려졌다. 파라마운트의 '13 아워'가 전투에 포커스를 맞춘 액션영화라면 릴레이티비티 미디어의 뱅가지 영화는 타이론 우즈와 클렌 도허티의 생애와 가족, 친지 등에 관한 드라마 성격의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너 브러더스의 밀리터리 드라마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가 군인 뿐만 아닌 군인 가족들도 함께 전쟁을 겪는다는 점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미국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았다는 데서 영감을 얻은 듯 하다.


▲타이론 우즈(좌) 글렌 도허티(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헐리우드가 계획 중인 뱅가지 사태 영화가 하나 더 있다.

알콘 엔터테인먼트(Alcon Entertainment)도 '제로 풋프린트(Zero Footprint)'라는 제목의 뱅가지 사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제로 풋프린트’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시큐리티 팀 멤버 중 하나의 증언을 토대로 한 뱅가지 사태 영화다.

알콘 엔터테인먼트 CEO 앤드류 코소브(Andrew Kosove)에 의하면, ‘제로 풋프린트’는 테러리스트와 시큐리티 팀의 교전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아니라 테러 공격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 ‘시리아나(Syrianna)’ 스타일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어쩌다 이런 사건이 터지게 되었나를 들춰보는 영화이므로 앞서 발표된 두 편의 뱅가지 사태 영화보다 정치적인 영화라는 것이다.

알콘 엔터테인먼트의 앤드류 코소브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프리즈너스(Prisoners)' 등을 제작한 영화 프로듀서이다.


만약 알콘 엔터테인먼트의 '제로 풋프린트'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대단히 흥미로운 영화가 될 듯 하다. 적어도 앞서 발표된 두 편의 뱅가지 사태 영화보다 폴리티컬 드라마 성격이 짙은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므로 정치적인 날을 세운 뱅가지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제로 풋프린트'가 가장 기대될 듯 하다.

그러나 헐리우드가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할 수 있는 영화를 내놓을 생각은 없을 것이다. 좌파-리버럴-민주당 성향이 강한 헐리우드가 2016년 대선에 임박해서 민주당에 불리한 영화를 내놓을 가능성은 더욱 낮아보인다. 헐리우드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영화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를 2012년 대선 직전에 개봉하려다 오바마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면서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공화당 측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헐리우드가 민주당 측에 불리할 수도 있는 영화를 대선 직전에 개봉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다.

따라서 헐리우드가 제작 중인 세 편의 뱅가지 사태 영화 모두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측이 불편하게 느낄 만한 영화가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영화를 통해 민주당 측에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건 헐리우드 스타일이 아니다. 영화에서 "뱅가지 사태도 부시 책임"이라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준비가 돼있다.

또한, 현재 제작 중인 세 편의 뱅가지 영화 중 몇 편이 2016년 대선 직전에 개봉이 가능하겠는지도 미지수다. 적어도 마이클 베이의 '13 아워'는 대선 이전까지 완성이 되어 개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두 편의 스케쥴은 현재로썬 알 수 없다. 따라서 설령 날카롭게 문제 제기를 하는 영화라 하더라도 대선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쩌다 뱅가지 사태 관련 영화가 세 편씩이나 제작 중인 것일까?

아마도 헐리우드가 경쟁적으로 뱅가지 영화를 제작하게 된 데는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미국에서만 3억 5천만 달러를 넘어서는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흥행성공을 거둔 게 결정타가 된 듯 하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서 2014년 개봉한 모든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치고 2014년 미국 최고 흥행작에 등극하는 이변을 낳았다. R 레이팅 밀리터리 드라마가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Galaxy)', '헝거 게임(Hunger Game)' 등 틴-프렌들리 블록버스터를 모두 제치고 2014년 미국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는 건 흔히 목격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 바람에 헐리우드 영화사들은 스나이퍼와 네이비 실 등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 테마의 영화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소니 픽쳐스의 '스나이퍼 엘리트(Sniper Elite)', 릴레이티비티 미디어의 네이비 실 애덤 브라운(Adam Brown) 바이오픽 '피어리스(Fearless)', 룩 베송(Luc Basson)의 네이비 실 액션영화 '더 레이크(The Lake)', 헨리 카빌(Henry Cavill) 주연의 영국 특수부대 액션영화 '스트래튼(Stratton)' 등 현재까지 발표된 밀리터리 영화들만 따져봐도 제법 된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마틴 캠벨(Martin Campbell)도 톰 클랜시(Tom Clancy) 스타일의 잠수함 스릴러 영화 연출을 맡았다.

또한, NBC는 미 육군 특수부대, 레인저 스나이퍼 출신 니콜라스 어빙(Nicholas Irving)의 회고곡 '더 리퍼(The Reaper)'를 기초로 한 미니시리즈를 방영할 예정이다. 미니시리즈 제작은 와인스타인 컴파니(TWC)가 맡았다.

스나이퍼에게 '더 리퍼' 만큼 멋진 별칭은 없을 듯 하다.

▲니콜라스 어빙
이처럼 밀리터리 쟝르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헐리우드가 제작 중인 밀리터리 영화 중에서 가장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 중 하나는 보 버그달(Bowe Bergdahl) 영화다.

보 버그달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억류되었다가 일명 '탈레반 파이브'로 불리는 다섯 명의 탈레반 포로들과 교환하면서 미국으로 돌아왔다. 포로교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오바마 행정부는 또 업적과시 모드에 시동이 걸렸다. 오바마는 버그달의 부모를 백악관에 초대했으며, 내셔널 시큐리티 어드바이저로 자리를 옮긴 수전 라이스는 보 버그달이 "영예롭게 군 생활을 했다(served the United States with honor and distinction)"고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버그달을 영웅으로 묘사하면서 포로교환 협상 성공을 선전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버그달은 최근 미 육군으로부터 탈영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버그달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예롭게 군 생활을 한 군인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또한, 폭스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NCIS는 버그달이 실종된 2009년부터 버그달이 탈영했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따라서 버그달의 탈영 사실을 백악관 등이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 버그달 영화는 단순한 포로교환 드라마로 끝날 영화가 절대 아니다.

보 버그달 영화는 '제로 다크 서티'의 캐스린 비글로(Kathryn Bigelow)와 마크 볼(Mark Boal)이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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