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폭스캐처', 스티브 커렐의 진지한 연기 빼곤 없었다

스티브 커렐(Steve Carell)과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코메디 영화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스티브 커렐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코메디 분야에서 유명한 배우이고, 채닝 테이텀도 최근 들어 소니 픽쳐스의 코메디 영화 '21 점프 스트릿(21 Jump Street)' 시리즈에 출연한 바 있어서다.

그러나 스티브 커렐과 채닝 테이텀이 함께 출연한 영화 '폭스캐처(Foxcatcher)'는 유머와는 담을 쌓은 영화다.

'폭스캐처'는 지난 80년대 중반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Mark Schultz)와 억만장자 존 듀 폰트(John Du Pont)가 만나면서 벌어진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초로 한 영화다.

그렇다면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L.A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역시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친형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와 함께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억만장자 존 듀 폰트(스티브 커렐)가 마크 슐츠에게 연락을 해온다. 듀 폰트는 자신의 폭스캐처 농장에 좋은 시설의 레슬링 훈련장을 지었다면서, 슐츠 형제가 함께 그곳으로 와서 '팀 폭스캐처'라는 레슬링 팀을 만들고 거기서 함께 훈련할 것을 제안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던 마크 슐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억만장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내놓은 멋진 제안에 응한다.

처음엔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억만장자 존 듀 폰트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가 함께 미국 레슬링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기 시작한다...


레슬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억만장자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레슬러의 만남 파트는 흥미로운 편이었다. 마크 슐츠와 듀 폰트가 만나면서 촉발된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만약 슐츠가 듀 폰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열악한 환경이었더라도 계속 거기서 훈련했더라면 듀 폰트와의 만남으로 발생하게 된 여러 가지 불행하고 비극적인 사건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커렐의 진지한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코메디언으로 유명한 스티브 커렐의 얼굴이 처음으로 스크린에 나타나자 많은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처음엔 스티브 커렐의 진지한 연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했다. 진지한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커렐의 얼굴이 나오자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기이해 보이는 듀 폰트를 연기한 커렐의 진지한 연기에 적응이 돼갔다.

스티브 커렐이 '폭스캐처'에서 진지한 연기를 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넘버 23(The Number 23)'에서 진지한 연기를 펼쳤던 짐 캐리(Jim Carey)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폭스캐처'도 일부러 웃기려 만든 영화가 분명히 아닌데도 상당히 웃기는 영화가 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폭스캐처'는 어딘가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 드는 영화는 아니었다. 스티브 커렐의 진지한 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이진 않았어도 엉뚱해 보이진 않았다.

스티브 커렐은 '폭스캐처'의 듀 폰트 역으로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무비 어워즈의 남우주연 부문에 후보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스티브 커렐은 듀 폰트 역으로 골든 글로브(Golden Globe)와 스크린 액터스 길드 어워즈(Screen Actors Guild Awards)의 남우주연 후보에 올라있다. 데이브 슐츠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Mark Ruffalo) 역시 골든 글로브와 SAG 어워즈의 남우조연 후보에 올랐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밌었던 것은 아니다. 스티브 커렐를 비롯한 출연진들이 좋은 연기를 펼쳤으나 영화는 지루했다. 다큐멘타리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영화가 밋밋하고 지루했다. 억만장자와 금메달리스트의 만남까지는 흥미진진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별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었다. 영화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다큐멘타리처럼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무미건조하게 재현하는 식이 전부다 보니 지루함이 밀려왔다. 영화가 시작했을 땐 줄거리에 집중할 수 있었으나 영화가 중반에 이르렀을 즈음 부터 흥미를 잃으면서 지루함이 밀려오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됐다. 억만장자와 금메달리스트의 만남이 잘못된 만남 쪽으로 기우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갈 것을 기대했으나 '폭스캐처'는 괴이하고 우중충한 분위기로 가득찬 밋밋한 다큐멘타리 스타일의 지루한 영화였을 뿐 극적인 재미가 부족한 영화였다.

제작진은 코메디언 이미지가 강한 배우인 스티브 커렐이 진지한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의식했는지 의도적으로 유머가 매마른 음침하고 건조한 톤으로 만든 듯 했다. 물론 이렇게 해서 스티브 커렐의 진지한 연기가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 "코믹 연기로 유명한 스티브 커렐이 출연하지만 유쾌한 코메디 영화가 절대 아니다"라는 메시지 하나 만큼은 분명하게 전달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커렐 주연의 진지한 영화"라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려 한 것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말해, '폭스캐처'는 스티브 커렐의 진지한 연기를 빼곤 건질 것이 많지 않은 영화였다. 듀 폰트와 슐츠 형제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가 나름 흥미로운 소잿감이라는 것까진 인정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영화 '폭스캐처'는 그다지 흥미로운 영화가 아니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의 영화를 원한다면 '폭스캐처'는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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