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7일 일요일

'익스펜더블 3', 새로운 손님 잡으려다 단골 손님까지 놓칠 판

영화 자체보다 출연 영화배우들을 보는 재미에 영화관을 찾게 되는 영화 시리즈가 있다. 바로 라이온스게이트의 액션 영화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 시리즈다. 이미 어떤 영화라는 사실을 안 본 상태에도 뻔히 알면서도 속는 셈 치고 싱글거리며 계속 보게 되는 영화가 바로 '익스펜더블' 시리즈다. 80년대 액션영화의 향수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과거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컨셉이 과히 싫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영화 퀄리티가 좀 더 받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서서히 잊혀져가는 옛 스타들을 다시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고를 때 쟝르와 스토리를 가장 중요시하지 출연 배우엔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지만, '익스펜더블' 시리즈는 특별한 예외 케이스라고 해야할 듯 하다.

올드스쿨 액션스타들이 총집합하다시피 한 액션 시리즈 '익스펜더블' 3탄이 개봉했다. 2010년 개봉한 1탄이 예상밖의 흥행성공을 거두면서 시리즈화된 '익스펜더블'의 시리즈 3탄이 나온 것이다.

메인 캐스트는 전편과 거의 변함이 없었다.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은 3탄에서도 변함없이 '익스펜더블' 팀 리더 바니 로스 역으로 돌아왔으며, 미국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츠네거(Arnold Schwarzenegger), 영국 영화배우 제이슨 스테이덤(Jason Statham), 스웨덴 영화배우 돌프 룬드그렌(Dolph Lundgren), 전직 NFL 선수 출신 영화배우 테리 크루즈(Terry Crews), 전직 UFC 파이터 랜디 커투어(Randy Couture), 중국 영화배우 이연걸(Jet Li) 등도 모두 3탄으로 돌아왔다.

물론 올드스쿨 팀 로스터에 약간의 변화도 있었다. '익스펜더블' 시리즈의 고정 멤버 중 하나였던 '다이 하드(Die Hard)' 스타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가 빠지고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스타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로 교체되었으며, 90년대 액션-SF 영화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에서 스탤론과 함께 했던 미국 영화배우 웨슬리 스나입스(Wesley Snipes), 90년대 액션 영화 '어쌔신(Assassin)'에서 스탤론과 함께 했던 스페인 영화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 켈시 그래머(Kelsey Grammer), '리썰 웨폰(Lethal Weapon)' 스타 멜 깁슨(Mel Gibson), 로버트 다비(Robert Davi) 등의 올드스쿨 스타들이 '익스펜더블' 3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익스펜더블 3'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올드스쿨 팀 뿐만 아니라 뉴스쿨 팀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미 '익스펜더블 2'에서도 호주 영화배우 리앰 헴스워스(Liam Hemsworth)가 출연한 바 있지만 이번 3탄에선 복싱선수 빅터 오티즈(Victor Ortiz), MMA 파이터 론다 라우지(Ronda Rousey), 켈런 러츠(Kellan Lutz), 글렌 파월(Glen Powell) 등 여러 명의 20대 남녀 배우들이 뉴스쿨 '익스펜더블' 팀 멤버로 출연하면서 전편보다 노골적으로 청소년 관객을 겨냥했다. 이에 맞춰 영화의 레이팅도 전편들과 달리 R 레이팅이 아닌 패밀리-프렌들리 레이팅인 PG-13으로 낮췄다.

과연 '익스펜더블 3'는 실망스러웠던 지난 2탄의 기억을 지울 만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익스펜더블 3'는 지난 2탄에서 나아진 데가 없었다.

'익스펜더블 3'의 가장 큰 문제는 시리즈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를 스스로 축소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데 있었다.

'익스펜더블' 시리즈를 보러 가는 관객들은 요새 헐리우드에서 보기 힘들어진 R 레이팅의 성인용 액션영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익스펜더블' 시리즈는 요새 쏟아져나오는 PG-13 레이팅의 미지근한 패밀리-프렌들리 액션영화에 지친 관객들에게 80년대 유행했던 B무비의 향수를 되살려주는 영화 시리즈다. 과거의 액션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80년대 스타일 R 레이팅 액션 영화라는 점이 '익스펜더블' 시리즈의 최대 매력 포인트인 것이다.

그런데 '익스펜더블 3'엔 젊은 영화배우들로 구성된 뉴스쿨 팀이 등장했으며, 영화 레이팅도 PG-13으로 내려갔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이것만 따져 봐도 관객들이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PG-13은 성인 뿐만 아니라 틴에이저들도 볼 수 있는 패밀리-프렌들리 영화 레이팅이므로 성인 관객을 메인 타겟으로 삼은 R 레이팅 영화보다 높은 티켓 판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영화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익스펜더블' 시리즈는 PG-13으로 레이팅을 낮추는 게 오히려 수익 감소로 이어지게 돼있는 영화다. 과거의 액션스타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는 80년대 스타일 액션영화에 R 레이팅을 기대했지 PG-13 레이팅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PG-13 레이팅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흥미를 잃고 영화를 보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람들이 되레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손님을 더 받으려다 되레 단골 손님까지 잃는 꼴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영화는 메이저 히트작이 되긴 현실적으로 어려워도 이런 스타일의 하드코어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 뿐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등 미국의 마이너리티 그룹에게서도 반응이 좋으며 스타파워가 꾸준히 먹혀드는 해외시장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조금만 신경써서 매력 포인트를 센스있게 잘 살려주면서 만들면 여전히 쓸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인종 출연진으로 유명한 유니버설의 마이너리티-프렌들리 영화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and Furious)' 시리즈가 상당히 유치함에도 불구하고 스타일리쉬함을 앞세워 유니버설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처럼 '익스펜더블'과 같은 하드코어 액션 시리즈도 제대로만 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익스펜더블 3'는 제대로 된 것이 많지 않았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 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영화 레이팅을 PG-13으로 낮춘다고 틴에이저들이 열광할 만한 패밀리-프렌들리 액션영화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닌데도 덮어놓고 그쪽으로 억지스럽게 밀어붙인 것처럼 보였다. 제작진이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 이해는 갔지만 '익스펜더블 3'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관객들이 '익스펜더블 3'에 기대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뉴스쿨 팀이 새롭게 등장한 덕분에 올드스쿨 vs 뉴스쿨, 로테크 vs 하이테크 설정이 눈에 띄긴 했지만 워낙 뻔한 얘기가 전부였으며 '익스펜디블' 시리즈에 불필요해 보였다.

이처럼 '익스펜더블 3'는 올드스쿨 배우들이 출연하는 올드스쿨 액션영화라는 게 '익스펜더블' 시리즈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라는 사실을 망각한 영화였다. 쓸데 없는 뉴스쿨 팀을 등장시키고 PG-13으로 레이팅을 낮추면서 '익스펜더블' 시리즈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를 스스로 깎아내리며 망가진 영화였다. 올드스쿨 배우들이 출연하는 올드스쿨 액션영화로 뉴스쿨 관객들을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옳았으나 영화 시리즈의 최대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잊은 채 뉴스쿨 관객들과의 소통에만 신경을 팔다 단골 손님, 새로운 손님 전부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제작진이 마이너리티 관객에 어필하는 출연진을 짜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였다. 웨슬리 스나입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빅터 오티즈 등 흑인, 라틴계 배우들을 보강하는 걸 잊지 않았다. 또한, 격렬한 맨손격투에 능한 여자 MMA 선수 론다 라우지를 캐스팅한 것도 무술영화 등 격렬한 격투 씬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층을 위한 초이스로 보였다. 영화의 최대 매력 포인트가 줄어든 바람에 이들의 캐스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겠어도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출연한 뉴 페이스 중 유일한 하이라이트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였다.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뉴 페이스가 안토니오 반데라스였다. 유머에 신경을 쓰는 듯 하는 데도 결과가 맘처럼 나오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던 영화 시리즈가 '익스펜더블'이었는데, 이번 3탄에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번번히 헛스윙만 하던 '익스펜더블' 시리즈의 유머 파트를 효과적으로 책임졌다. 썰렁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대사들이 신경에 거슬렸던 것은 '익스펜더블 3'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유머 파트를 업그레이드시킨 것만은 분명했다. 또한, 반데라스는 "뱅가지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고 지원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팀메이트가 모두 죽고 나만 살아남았다"고 말하며 지난 2012년 리비아 뱅가지에서 발생했던 테러리스트 공격사건을 암시하는 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만에 본 얼굴 중 하나인 웨슬리 스나입스는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익스펜더블' 시리즈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였는데 부자연스러워 보였을 뿐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약간 다듬어야 할 것 같은 캐릭터가 한 둘이 아니었으므로 스나입스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다듬기가 필요해 보였다. 물론 80년대 액션영화 패로디인 '익스펜더블' 시리즈에 대단한 스토리와 그럴싸한 설정을 기대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낯익은 과거의 액션스타들이 나와서 쏘고 폭발시키고 때려부수는 것이 전부고 그 이외의 것들은 문자 그대로 나머지일 뿐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익스펜더블'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면 스토리에 좀 더 신경을 쓸 때가 된 듯 하다. 메인 캐릭터들이 착용하는 커스튬부터 실제 밀리터리 콘트랙터들과 비슷하게 바꾸고 줄거리도 제법 리얼한 테러리스트나 범죄집단을 상대하는 쪽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빌어먹을 유치한 검은 베레모를 벗어던지고 '익스펜더블' 팀을 겉으로나마 좀 더 리얼해 보이는 조직으로 보이도록 바꿀 때가 됐으며, 줄거리도 아리송한 장소에서 전쟁영화 패로디하는 데서 벗어나 보다 리얼한 장소에서 리얼한 적들을 상대하는 쪽으로 바꿀 때가 됐다. '익스펜더블' 시리즈가 리얼한 밀리터리 영화와 거리가 먼 스타일리쉬한 하드코어 액션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약간 나사를 조여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익스펜더블' 시리즈엔 더이상 미래가 없어 보인다. 올드스쿨 액션스타들이 모인 80년대 스타일 하드코어 액션영화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여전히 맘에 들지만 '익스펜더블 3'를 보고 나니 수리를 하지 않으면 계속 굴러가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속편이 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익스펜더블 3'를 보면서 시리즈가 잘못된 길로 간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무래도 4탄이 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난 80년대에 스탤론, 슈왈츠네거, 해리슨 포드 주연의 액션영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인 만큼 영화가 재미있든 없든 간에 이 양반들이 나오는 영화가 싫지 않으므로 '익스펜더블' 시리즈가 계속 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올드스쿨 배우들이 총집합한 올드스쿨 액션영화라는 컨셉이 맘에 드는 것도 여전하다. 만약 4탄이 제작된다면 이번 '익스펜더블 3'를 교훈삼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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