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9일 금요일

제이슨 본 시리즈 5탄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

맷 데이먼(Matt Damon) 주연의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가 지난 2007년 개봉한 시리즈 세 번째 영화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트릴로지로 끝내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돈벌이가 되는데 굳이 거기서 멈출 필요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50년이 넘도록 울궈먹고 있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부러워 하는 헐리우드가 롱런 가능성이 엿보이는 본 시리즈를 트릴로지로 끝낼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본 시리즈 4탄에서 메인 캐릭터가 교체될 것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주연 배우가 바뀌는 것은 50년 동안 여섯 차례나 주연 배우를 교체한 007 시리즈 덕분에 더이상 빅 뉴스 감이 못 되지만, 메인 캐릭터가 바뀌는 것은 흔치 않다. 본 시리즈 4탄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에선 메인 캐릭터가 제이슨 본에서 애런 크로스로 교체됐다. 영화 제목에 여전히 '본'이 들어가 있는데도 메인 캐릭터가 제이슨 본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로 바뀐 것이다.

주연배우가 맷 데이먼(Matt Damon)에서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로 교체된 것까진 나쁘지 않았다. '요즘 헐리우드에 액션 스릴러 영화에 잘 어울려 보이는 남자배우가 얼마나 없으면 도서관 책벌레처럼 생긴 맷 데이먼까지 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세상이 됐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이 어색해 보였기 때문에 제레미 레너로의 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맷 데이먼은 필드보다 데스크 쪽에 어울리는 배우인 반면 레너는 보다 거칠어 보이는 타잎이라서 필드 쪽에 보다 잘 어울려 보였기 때문이다.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와 '본 수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는 영화관에서 보고픈 생각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고, '본 얼티메이텀'이 돼서야 어느 정도 맷 데이먼의 '수퍼 에이전트' 제이슨 본에 적응이 됐을 정도였으므로 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제레미 레너로의 교체를 반겼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본다. 사실 '본 얼티메이텀'도 맷 데이먼이 "제임스 본드가 어쩌고..." 하는 인터뷰를 한 바람에 개봉 주말 영화관에서 보게 된 것이지 그것 마저 없었다면 '본 얼티메이텀' 또한 건너뛰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맷 데이먼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다고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주연배우가 교체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본 레거시'는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그렇다고 맷 데이먼이 생각날 정도까진 아니었다. 왜냐, 제레미 레너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개 주연배우가 교체되면 전편보다 못했던 이유를 배우 교체에서 제일 먼저 찾으려 하는 습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본 레거시'의 가장 큰 문제는 흥미가 끌리지 않는 부실한 스토리와 특별할 것 없는 김빠진 액션이었다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잘 만든 영화라면 주연배우가 누구든 상관없이 재밌어야 정상이지만, '본 레거시'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본 레거시'가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에 과연 제레미 레너 주연의 애런 크로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본 트릴로지의 줄거리와 연계된 사이드스토리로 제목엔 여전히 '본'이 들어갔는데도 주인공은 애런 크로스인 본 시리즈 속편을 만든다는 아이디어 자체부터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본 레거시'까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으니 시리즈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니버설은 다섯 번째 본 시리즈를 공식 발표했다. 주연은 변함없이 제레미 레너이며, 연출은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 Furious)' 시리즈로 알려진 저스틴 린(Justin Lin)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헐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스크린플레이는 젊은 신인 작가 앤드류 발드윈(Andrew Baldwin)이 맡는다고 한다. 본 시리즈 1탄부터 4탄까지는 베테랑 토니 길로이(Tony Gilroy)가 스크린플레이를 맡았으나 '본 5'에선 앤드류 발드윈으로 교체되는 것이다.


연출은 저스틴 린, 스크린플레이는 앤드류 발드윈?

프로듀서는 여전히 낯익은 이름인 프랭크 마샬(Frank Marshall)이지만, 연출과 스크린플레이는 모두 새로운 이름으로 교체되었다.

본 시리즈와 성격이 틀린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로 알려진 저스틴 린 감독이 제이슨 본 시리즈 5탄에 알맞은 초이스였는지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었는데, 본 시리즈 베테랑 토니 길로이가 아닌 생소한 이름의 스크린라이터 앤드류 발드윈이 '본 5'의 스크린플레이를 맡는다고 하니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다. 본 시리즈와 잘 안 어울려 보이는 저스틴 린이 연출을 맡고 생소한 신인 작가가 스크린플레이를 쓴다니 일단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사이드스토리 '본 레거시'로 옆걸음치던 본 시리즈가 5탄에선 완전히 엉뚱한 데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본 시리즈는 유치한 대사와 지나치게 과장된 스턴트 씬으로 유명한 시리즈가 아닌데, 왠지 '본 5'가 자꾸 그쪽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

물론 단지 기우일 뿐일 수도 있다. 의외로 전편보다 훨씬 나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마이너리티를 겨냥한 자동차 영화 '패스트 앤 퓨리어스'를 메이저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탈바꿈시킨 저스틴 린 감독이 '본 레거시'로 주춤거리던 제이슨 본 시리즈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생각에서 저스틴 린에게 '본 5'를 맡긴 듯 하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게 '본 5'는 여러 면에서 전편들과 상당히 다른 영화가 될 듯 하다.

제레미 레너 주연의 다섯 번째 제이슨 본 영화는 미국에서 2015년 8월14일 개봉한다.

댓글 8개 :

  1. 누가봐도 레너보다 데이먼이 훨씬더 카리스마있고 멋있는데; 괜히 질투나니까 이런데서 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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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이먼이 범생같다는 평은 많이 들었어도 카리스마틱? 남자를 보는 눈이 좀 이상...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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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이먼이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상은 아니죠 ㅋㅋ
      레너도 카리스마는 잘 모르겠고..
      데이먼의 뭔가 알 수 없는 묵묵한 표정이 본시리즈에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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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실제로 위험에 처한 듯한 실감나는 Vulnerability와도 매치가 잘 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액션영화엔 데이먼보다 레너가 보다 잘 어울리는 타잎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타파워 비교는 둘 째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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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토니 길로이는 각본 그대로 합니다. 공동 각본은 안소니 펙켐이었는데,
    앤드류 볼드윈으로 교체했습니다.... 위키백과에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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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년 8월 본 5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에도 스크린라이터로 팩햄만 있었지 길로이는 없었습니다.
      헐리우드 리포터도 펙햄이 초안을 썼지만 발드윈으로 교체됐다고 보도했습니다.
      IMDB에도 길로이의 이름은 올라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길로이 이름이 잘 안 나옵니다.
      위키엔 그렇게 돼있는지 몰라도 길로이의 본 5 프로젝트 관여 여부는 불확실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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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 제가 기억하는 거와 좀 다른데요?
    '주연배우가 맷 데이먼(Matt Damon)에서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로 교체'된게 아니라
    본 얼티메이텀에서 완결된 것으로 끝낸겁니다.
    애초에 감독과 데이먼도 다시는 본 시리즈를 연출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레거시는 감독도 다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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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 얼티메이텀으로 완결된 것으로 제이슨 본 챕터를 끝낸 건 아직 아닙니다.
      데이먼과 제작진 측은 본 캐릭터의 리턴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고 있습니다.
      스핀오프가 성공하면 그걸로 계속 가고 아쉬우면 본/데이먼을 다시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그린그래스가 연출을 맡는다는 조건 등등 걸림돌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런 사정상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본 캐릭터의 리턴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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