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톰 브래디와 페이튼 매닝이 만나면 항상 재미있다

NFL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쿼터백 중 베스트를 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톰 브래디(Tom Brady)와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이다.

톰 브래디는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며 NFL 드래프트 6 라운드에 지명되었다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를 세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 혜성같이 나타난 수퍼스타이며, 페이튼 매닝은 NFL 주전 쿼터백 출신 아버지를 뒀을 뿐만 아니라 테네시 대학 시절부터 유망주로 큰 주목을 받으며 NFL 드래프트 1 라운드에 지명되어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를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 '이름값'을 제대로 한 선수다.

톰 브래디와 페이튼 매닝은 지난 10년 동안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를 AFC의 최강팀으로 이끌면서 양팀이 정규시즌이나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줬으며, 브래디와 매닝의 대결은 'NFL의 헤비급 매치'로 불려왔다. 브래디와 매닝의 대결이 'MUST SEE GAME'이 된 것이다.

이 친구들이 일요일 밤 벌어진 NBC 썬데이 나잇 풋볼에서 다시 마주쳤다.


달라진 건 없었다. 브래디는 여전히 패트리어츠의 주전 쿼터백인 반면 매닝은 2012년 시즌부터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로 팀을 옮겼다는 정도가 전부. 패트리어츠와 브롱코스 모두 AFC의 유력한 수퍼보울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브래디 vs 매닝에선 누가 이겼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브래디의 승리였다. 브래디 vs 매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브래디가 이번에도 패트리어츠 홈을 방문한 매닝을 또 한 번 낙담시켰다.

하지만 스타트는 순탄치 않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을 기대했으나 전반은 덴버 브롱코스의 독주였다. 패트리어츠가 연거푸 턴오버를 하면서 점수를 내주기 시작하더니 전반을 브롱코스 24, 패트리어츠 0으로 마쳤다.


전반 스코어가 24대0? 그것도 패트리어츠 홈경기에서??

더군다나 지난 주엔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하더니 이번엔 전반 스코어가 24대0?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이번 매치에선 매닝이 브래디를 여유있게 누르고 승리를 챙기는 듯 보일 것이다.

그.러.나...

톰 브래디가 그렇게 쉽게 나가 뻗는 타잎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후반엔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렇게 됐다.

전반에 득점하는 데 실패했던 브래디와 패트리어츠는 후반에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무섭게 따라붙었다. 패트리어츠는 3쿼터에 터치다운 3개, 4쿼터에 터치다운 1개와 필드골 1개를 추가하며 31대24로 역전까지 했다.

그렇다. 24대0으로 뒤지던 패트리어츠가 브롱코스를 24점에 붙들어 놓고 후반에만 31점을 득점하면서 역전까지 한 것이다.


전반에 패트리어츠를 괴롭혔던 '턴오버 몬스터'가 후반엔 매닝의 브롱코스 쪽으로 이동하면서 후반엔 브롱코스가 연달아 턴오버를 범했다. 경기 내내 날카로운 패스 오펜스를 보여주지 못했던 브롱코스 쿼터백 페이튼 매닝은 후반에도 패스 오펜스를 순조롭게 풀어가지 못했다. 추운 날씨와 강풍 등 날씨 탓도 있었지만, 매닝은 후반이 깊숙히 지나서야 겨우 패싱야드 100야드를 넘어섰으며 브래디가 경기 내내 300야드 이상 던지는 동안 매닝은 그 절반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매닝과 브롱코스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4점 리드를 날리고 되레 역전까지 당했지만 매닝과 브롱코스는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31대31 동점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브래디 vs 매닝은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24대0으로 브롱코스가 일방적으로 앞서 있던 경기가 31대31 동점으로 연장전까지 간 것이다.

전반은 브롱코스의 독주였고 후반은 패트리어츠의 독주였다. 그렇다면 연장전은?

연장전에선 양팀 모두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왠지 분위기가 양팀 모두 득점에 실패하고 31대31 동점으로 경기가 끝날 듯 보였다. 오후에 벌어진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와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 경기가 타이로 끝났던 것처럼 또 하나의 타이 경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브롱코스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패트리어츠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공격권을 넘겨 받게 되었는데, 바로 이 때 브롱코스의 펀트 리터너와 블로커가 서로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1차 책임은 펀트 리터너로 나선 와이드리씨버 웨스 웰커(Wes Welker)에 있었다. 펀트를 받을 것인지 공을 받지 않고 그라운드에 떨어지도록 놔둘 것인지를 빠르게 결정하고 앞에서 블로킹을 하는 팀메이트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신속하게 알렸어야 했으나 웰커가 여기서 뜸을 들이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 웰커는 처음엔 공을 받으려 했으나 생각을 바꿔 받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생각을 바꾸는 데 너무 시간을 끈 바람에 앞에서 블로킹을 하던 동료 선수가 그라운드에 떨어져 구르는 공을 피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웰커가 공을 받을 것이면 받고 안 받을 것이면 "안 받으니까 동료 선수들은 공에 닿지 않도록 모두 피하라"고 신속하게 알렸어야 했는데, 웰커가 이 결정을 하는데 너무 뜸을 들인 바람에 앞서 달려오던 브롱코스 선수 토니 카터(Tony Carter)가 웰커의 "피하라"는 싸인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너무 늦었다.

토니 카터는 웰커가 공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질 것으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터는 웰커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었으므로 공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웰커가 공을 받지 않을 것이면 카터에게 신속하게 "피하라"는 싸인을 해줬어야만 했다. 그러나 카터가 웰커의 싸인을 봤을 때는 이미 늦었다. 카터는 급하게 공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은 그의 몸에 맞았고, 이 광경을 본 패트리어츠 선수는 주저 없이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동료에게 "공을 피하라"는 싸인을 너무 늦게 하는 웨스 웰커

▲웰커의 "피하라" 싸인을 미처 못 본 토니 카터(32번)의 몸에 공이 맞는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네이트 에브너(맨 왼쪽) "고, 공이 보인다!"

▲토니 카터의 몸에 맞고 구르는 공을 덮치는 네이트 에브너(43번)

▲어이없는 펀트 리턴 실수 후 어이없어 하는 웨스 웰커

그렇다. '턴오버 몬스터'는 후반에 이어 연장전에서도 덴버 브롱코스를 괴롭혔다.

이것으로 승부는 사실상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패트리어츠가 엔드존 바로 코앞에서 필드골만 성공시키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키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패트리어츠 34, 브롱코스 31.

24점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둔 것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한편, 덴버 브롱코스는 24대0으로 압도적으로 리드하면서 다 잡았던 경기를 허무하게 놓치고 쓸쓸하게 덴버로 돌아가게 됐다. 24대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다는 점도 쓰리지만, 연장전에서 펀트들 받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졌다는 게 더욱 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역전패를 당하는 방법을 고르는 브롱코스의 센스가 아주 험악했다.

Yeah, shit happens... eh?

누가 이기든 간에 톰 브래디와 페이튼 매닝의 대결은 항상 재미있었는데, 이번 경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덴버 브롱코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 더 만나게 된다면 아주 멋질 듯 하다.

댓글 2개 :

  1. 진짜 재밌는 게임이었죠. 맨손의 브래디냐 장갑낀 매닝이냐도 흥미로웠죠. 덕분에 월요일 아침이 힘들었지만... 웨커가 옛팀에 선물을 안겨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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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홈커밍이 다들 순탄치 않은 것 같습니다.
      매닝은 인디아나폴리스에서 패했고 헤드코치 섀나핸은 덴버에서 패했고...
      에드 리드는 금년에만 텍산스, 제츠로 팀을 바꿔가며 레이븐스에 두 번 도전했으나 두 번 다 졌고...
      여기에 웰커까지 뉴 잉글랜드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하며 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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