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ABC TV의 밀리터리 스릴러 '라스트 리조트', 스타트는 화끈했다

18기의 핵 미사일을 탑재한 미군 잠수함 USS 콜로라도에 극비 명령이 떨어진다. 파키스탄을 핵 공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명령에 의문점이 하나 있다. 정상적인 EAM(Emergency Action Message)을 통해 핵 공격 명령이 하달된 것이 아니라 워싱턴 D.C가 공격으로 이미 마비된 이후에 공격 명령을 내리는 남극 센터를 통해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워싱턴 D.C가 날아간 것일까?

USS 콜로라도의 캡틴 채플린(앙드레 브라우어)과 캔들 해군 소령(스캇 스피드맨)은 즉시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고 TV 방송을 통해 미국 상황을 확인한다. 실제로 워싱턴 D.C가 공격으로 마비되었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방송들은 모두 정상이었고, 미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캡틴 채플린은 본부에 연락해 워싱턴 D.C가 공격을 받지 않았는데 남극 센터에서 파키스탄을 핵 공격하라는 이상한 명령이 내려왔다면서 확인을 요구하고, 정상적인 EAM 루트로 명령을 다시 내려보내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자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USS 콜로라도를 직접 연결해 명령을 따르지 않는 캡틴 채플린을 끌어내리고 캔들 소령으로 함장을 교체한 다음 미사일 발사 명령을 재차 반복한다. 그러나 캔들 소령도 EAM 루트로 다시 명령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며 즉시 발사를 거부한다. 그러자 국방부 부장관은 USS 콜로라도에 "기다리라"고 말한 뒤 미군에게 USS 콜로라도를 격침시킬 것을 명령한다.

혼란 속에서 본부의 연락을 기다리던 USS 콜로라도는 결국 미군에 의한 미사일 공격을 받는다.

USS 콜로라도는 미군의 공격을 별 피해없이 넘겼으나 명령을 따르지 않은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캡틴 채플린과 캔들 소령은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워싱턴 D.C에서 무언가 일이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판단한다.

일단 귀국이나 투항은 뒤로 미뤄놓은 USS 콜로라도 일행은 근처에 있는 한 작은 섬에 상륙한다. 캡틴 채플린은 미국에게 섬의 200마일 안쪽 해역으로 들어오지 말 것을 요구하며, 만약 섬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 잠수함에 탑재된 핵 미사일로 보복할 것임을 경고한다.

사실상 독립 선언을 한 셈이다. 그것도 핵으로 무장한...

USS 콜로라도 일행은 이 섬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배신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파헤쳐야만 한다.

하지만 직면한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누가 그들을 함정에 몰아넣었나를 파헤쳐야 함과 동시에 USS 콜로라도 일행에 적대적인 섬 주민들도 상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USS 콜로라도 승무원 중에서 미사일 발사 명령을 따르지 않은 캡틴 채플린, 캔들 소령, 셰퍼드 해군 대위(데이지 베츠)의 결정에 반발하는 병사들도 신경써야 한다.

왼쪽부터: 채플린 대령, 셰퍼드 대위, 캔들 소령

여기까지가 9월27일 목요일 첫 방송을 탄 ABC의 새로운 밀리터리 스릴러 '라스트 리조트(Last Resort)'의 간추린 줄거리다.

그런데 '핵 잠수함이 독립국 선언을 한다'는 설정을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일본 애니메이션 'Silent Service (沈黙の艦隊 · 침묵의 함대)'에 비슷한 줄거리가 등장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과 '라스트 리조트'의 줄거리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건 물론 아니지만, 핵 무장한 잠수함이 독립국 선언을 하는 점과 잠수함에서 모자르트의 곡을 듣는 점 등 비슷한 부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007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마틴 캠벨(Martinn Campbell) 감독이 연출을 맡은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끊이지 않았다. TV 시리즈에선 보기 드문 스케일의 밀리터리 드라마인 데다 핵 공격을 소재로 삼은 점, 헐리우드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를 연상케 하는 긴장감 등 이 정도라면 1시간동안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킬 만했다.

목요일 저녁 8시 (미국 동부시간) 방영된 '라스트 리조트' 첫 번째 에피소드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애초부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밀리터리 스릴러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였던 만큼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했다. ABC의 새로운 TV 시리즈 '라스트 리조트'의 스타트는 화끈했다.

'라스트 리조트'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 한 편만 놓고 점수를 준다면 A를 주고 싶다.


하지만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를 보면서 '과연 이 시리즈가 계속해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시작은 대단히 화끈했지만 계속해서 줄거리가 흥미롭게 전개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USS 콜로라도가 배신자로 몰려 미군의 공격을 피하며 작은 섬에 상륙하는  도입 파트였기 때문에 스케일이 크고 화끈했지만 앞으론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서다. 당장 다음 주 에피소드에서부턴 워싱턴 D.C 미스테리와 USS 콜로라도 승무원들이 섬에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갈등 쪽으로 스토리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줄거리가 '잠수함 배틀'에서 음모와 사소한 섬 생활 이야기로 전환되면서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음 주 에피소드가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단히 참신하고 새로운 스토리일 것으론 기대되지 않지만 당장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므로 매주마다 꼬박꼬박 챙겨봐야 할 또 하나의 TV 시리즈가 생긴 듯 하다.

그러나 앞으로 매주마다 줄거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 남는다. 마음만 먹는다면 다음 주 에피소드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종결시킬 수 있을 정도로 보이는 단순한 스토리를 매주마다 어떤 방법으로 길고 복잡하게 늘어뜨릴 것인가에 성패가 달렸다. 제작진이 무엇을 이용해 에피소드를 연장해 나갈 것인지도 이미 눈에 보이는 만큼 잘못하단 진부하고 따분해질 수도 있다. 러브 스토리 등등 시간을 끌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다가 시청자들이 늘어지는 줄거리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 '라스트 리조트'는 굵고 짧게 끝낼 프로젝트라면 모르겠어도 길게 오랫동안 계속될 만한 시리즈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작가와 제작진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겠지만 시즌2, 시즌3로 계속 이어질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다. 모두 13개로 구성된 시즌1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USS 콜로라도 승무원들을 상륙한 섬에 계속 눌러앉힌 채 '로스트(Lost)' 시리즈가 했던 것처럼 시즌2, 시즌3로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로스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라스트 리조트'도 하와이에서 촬영했다. 그러므로 '라스트 리조트'도 '로스트'처럼 섬에 고립되어 세월아 네월아 하는 쪽으로 가지 말란 법이 없다. 하지만 만약 '라스트 리조트'가 '로스트'를 따라간다면 대성공을 하는 것이다. 과연 USS 콜로라도 승무원들이 작은 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눌러 살게 되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ABC TV의 밀리터리 시리즈 '로스트 리조트'는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미국 동부시간)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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